이름
나 희원(羅 希願)
나이
19세
성별
남성
키,몸무게
178.6cm, 61.4kg
소속 학년,반
3학년 4반
맡고있는 직책
-
소속된 동아리
문예부
소속된 과
이과
청명 소속 여부
X
기숙사 입실 여부
X
전교 등수
3학년 이과 3등
소지품
학생증, 휴대폰, 책, 접이식 우산, 손목시계
휴대폰 - 베가 레이서3. 험하게 다루었는지 크고 작은 상처투성이다. 오른쪽 모퉁이는 아예 뚝 떨어져 나가기까지 했다. 패턴 잠금 같은 건 걸려있지 않으며, 기본 배경화면인 채로 놔두고 있다. 깔려있는 앱의 수도 적다. 손전등, 오늘의 할 일과 메모장 정도. 카메라와 전화 기능이 있는 시계로 사용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책 - <타인은 지옥이다>, 비프게 로렌츠 작, 384페이지의 미스터리 소설.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책인지 도서관 라벨은 붙어있지 않다. 표지에는 붉은 머리의 여성이 제물로 바쳐진 희생양처럼 두 팔 벌린 채 누워있다. 책은 마치 새것처럼 깨끗했다. 쫙 펼쳐본 흔적조차 없었다. 그러나 안은 사정이 달랐다. 글자 위를 거침없이 내달리는 노란색 형광펜은 임자 있는 책임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접이식 우산 - 검은색의 민무늬 우산은 버튼을 누르면 펼쳐지는 방식의 물건이었다. 아직 길이 덜 들었는지 펼쳤다 다시 접을 때 뻑뻑하니 힘이 많이 들어갔다. 통학하는 학생인 데다 전화를 하면 데리러 오기에는 부모님이 너무 바쁘셨기 때문에, 희원은 늘 우산을 챙겨다녔다. 예외는 없었다. 우산을 사용한 다음 날이면 당연한 듯이 다른 우산을 들고 왔다.
손목시계 - 수능 시험장에는 시계가 없다는 말에 부모님이 사 오신 갈색 가죽 시계는 유명 브랜드의 것이었다. 학생 신분의 희원이 하고 다니기에는 지나치게 비싼 물건이기도 했다. 결국, 희원은 시계를 차고 다니는 대신 겉옷의 안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외형
좋게 말하면 순하고, 나쁘게 말하자면 유약한 분위기의 학생이었다. 남자는 스물이 넘어서도 자란다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희원은 선이 얇았다. 이제 곧 사회로 나갈 나이인데도, 둥근 얼굴과 곱게 빻은 흑진주처럼 부드러운 검은색 눈동자에는 미성숙하다는 형용사가 더 잘 어울렸다. 차분히 가라앉은 당밀빛 머리카락과 도살자를 멀뚱히 바라보는 소 같이 소박한 이목구비 위로 지우개를 슥 문대면 그대로 흰 종이가 보일지도 몰랐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달고 사는 입술은 얇고 색이 옅었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보이는 치아가 희고 가지런하다. 타인의 시선이 저를 향하지 않을 때면, 희원은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올려 주변을 바라보곤 했다.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는 모습에서 일요일 오후의 향기가 머물다가 사라졌다. 미처 다 여물지 못한 그가 토해내는 숨은 아마도 창백하고 시린 흰색이지 싶다.
드문 일이었지만, 간혹 희원이 척추를 곧게 펴고 서면 사람들은 그의 키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에 놀라고는 했다. 그럴 만도 했다. 너른 복도를 좁은 평균대 건너듯 긴장한 채 조심히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희원의 키가 180cm에 육박한다는 걸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살짝 움츠린 듯 구부정한 자세는 희원을 기껏해야 170cm 초반대로 보이게 했다. 그는 낯선 장소에선 늘 그렇게 맹수의 눈을 피하는 초식동물처럼 굴었다. 희원이 뼈가 도드라져 보일 만큼 마른 까닭은 평상시에도 그렇게 정신력을 소모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마른 몸매에도 종류가 있다면, 희원은 못나게 마른 체형이었다. 큰 키와 마른 몸의 조합은 남들 눈에 비치는 그를 유난히 왜소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키에 맞춰 옷을 사면 항상 남는 품을 줄여야 했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라도 두드리며 자란 건지, 희원의 손은 여자 손이랑 놓고 봐도 손색없이 고왔다. 마디가 예쁘게 자리 잡은 희고 곧은 손가락은 언젠가 손 모델을 한 적이 있노라 허풍을 떨더라도 의심받지 않을 터였다. 그 고운 손을 희원은 비워두는 법이 없었다. 매번 다른 책을 들고 있는 모양새로 미루어 짐작건대 지독한 책벌레였다. 누군가 그를 보고 손이 예쁘다고 칭찬하면 희원은 의미를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었다. 모르긴 몰라도 평상시 입가에 달고 있는, 누가 봐도 인위적인 겉치레용 웃음과는 판이한 것만은 분명했다. 고마워, 갈대밭을 스치는 바람처럼 희미한 목소리가 그 뒤를 따랐다. 희원의 목소리는 공기 중에서 알알이 부서지는 물거품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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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나서서 주도하는 인물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의 위치는 무대 중앙에서 빗겨나간 곳, 스포트라이트가 아슬아슬하게 그의 옷자락을 포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같이 음식점에 가면 피곤할 성격이었다. 뭘 먹을래? 물으면 순한 얼굴로 아무거나 좋아, 라고 답할 것이 분명했다. 한 마디로, 희원은 결코 제 의견을 먼저 피력하는 법이 없었다. 시류에 편승해서, 흘러가는 물처럼 그렇게 행동했다. 반대로 누군가 먼저 이걸 하자, 라고 제안하면 군말 없이 따랐다. 일단 나온 의견에는 토를 달지 않았다. 괜한 분란을 내켜 하지 않는 태도가 역력했다. 나는 괜찮아, 네 마음대로 해. 희원은 그 말을 하루에도 수 십 번은 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그 말은 그의 수동적인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인 셈이었다.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양이었지만, 잠깐만 관찰해봐도 희원이 예민한 성격이라는 건 빤히 보였다. 새것처럼 깨끗한 책상이나 쓰레기통에 들어가지 않은 채 뒹구는 쓰레기를 보면 주워 넣지 않고는 못 배기는 태도, 액자가 비뚤어져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곳에 고정되는 시선. 그 모두가 나는 예민하다고 소리를 지르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건 어떻게 보면 결벽증 같기도 했지만, 희원에게 결벽증은 없었다. 만일 온통 지저분한데 홀로 깨끗한 장소가 있다면, 희원이 할 일은 그곳을 주변과 같은 상태로 만드는 거였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그는 남들이 대수롭지 않게 스쳐 가는 것에도 쉬이 사로잡힐 만큼 예민할 뿐이었다. 이는 비단 주변 환경에 대해서만은 아니었다. 희원은 저를 향한 시선이나 기척을 유난히 잘 알아차렸다. 사람의 미묘한 표정 변화도 마찬가지였다. 피곤해서 어떻게 살지, 싶을 정도로 희원은 주변 사물 하나하나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었다. 성가신 성격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장 놀라운 사실은 희원이 꽤나 요령 좋은 인물이라는 것이다. 일상생활 전반에서도 그랬고, 사람을 대하는 데도 그랬다. 희원은 남이 자신을 썩 나쁘지 않다고 평하게 하는 데 재주가 있었다. 어디에 던져놔도 그럭저럭 녹아들 수 있다고 해야 할까.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희원은 다른 사람의 관점을 살피는 걸 그다지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게 예민한 성격 덕분인지, 아니면 타고난 무언가가 있는 건지는 모를 일이었다. 선생님의 입장에서 문제로 낼만한 것들을 추려 요점 정리 노트를 만드는 건 희원의 특기 아닌 특기였다. 설렁설렁 하는 것 같은데 적중률이 상당하다는 사실은 더욱 의외인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요령이 좋아서 인간관계에 환멸이라도 느끼는 걸까, 희원에게 정말로 친밀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적당한 가식과 눈치로 무장한 형식적인 관계만이 존재할 뿐이다. 요령이 좋은 만큼 선을 긋는 것도 능숙한 것이라 봐야 할 지도 몰랐다.
특징
- 말을 할 때면, 첫말과 다음 말 사이에 별다른 의미가 없는 감탄사를 끼워 넣거나 잠시 시간을 두는 버릇이 있다. 분위기를 환기하는 것처럼 느리고 차분한 말씨 때문인지, 희원과 말을 섞는 사람들은 대체로 침착한 태도를 유지했다.
- 불안하다 싶으면 깍지 낀 손이 입가로 향했다. 불안할 때가 아니더라도 입가를 가리는 건 자주 있는 일이었다.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는 습관처럼 보였다.
- 선택 과목은 물리와 화학, 한시를 읽으며 대동강에서 증발한 물의 양과 화자가 흘린 눈물의 양의 비 따위를 생각하는, 지극히 이과적인 감수성을 가졌지만 1학년 때부터 문예부였다. 책벌레라는 표현이 오히려 모자라 보일 정도로 책을 많이 읽었다. 책의 종류는 가리지 않았다.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읽는 책이 바뀌었다.
- 수화를 할 줄 알았다. 그것도 무리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이었다. 언제 배웠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희원은 중학교 봉사활동을 농아학교로 갔었고, 그때부터 배우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 자습을 하라고 정해진 시간에는 자습하지만, 선생님들이 수업을 일찍 마치거나 사정상 자리를 비워 빈 시간이 생기면 어김없이 책을 읽는 등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보냈다. 정해진 자습 시간이나 스스로 공부를 하자고 정해둔 시간 이외에는 결코 교과서나 문제집을 펴지 않았다. 수능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건 마찬가지였다. 성적은 곧잘 나왔지만, 그것에 연연하지는 않았다. 떨어지더라도 다른 학생들에 비해 노력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고 오르면 운이 좋았다고 받아들였다.
- 스킨쉽을 좋아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오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손을 잡는 것 정도는 괜찮은 듯 보였으나 친밀한 스킨쉽은 부담스러워 하는 게 얼굴에 고스란히 떠올랐다.
기타
- 1997년 3월 2일 출생. AB형. 외동아들
- 사적인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특히 가족은 희원이 드물게 난색을 보이는 주제였다.
- 입맛이 까다로운 데다 입이 짧지만 달콤한 것만은 가리는 것 없이 좋아한다. 그 외에는 편식이 심하다.
- 태어난 곳은 기원 시가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기원 시로 옮겨온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무렵. 중학교부터는 기원 시에서 다녔다.
- 부모님이 바라는 진로는 의예과, 본인이 원하는 진로는 부모님이 원하시는 곳. 덕분에 진로 문제는 거의 고민하지 않았다.
-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는 했다. 늦게 잠들어서 문제였지. 희원은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침대에 누웠고 그러면서 일어나기는 6시에 일어났다. 다크 서클이 옅은 것은 천운이었다. 애늙은이처럼 벌써부터 밤잠이 없었다.
- 패션 센스가 없다. 웬만해서는 교복만 단정히 갖춰 입고 다니는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 하도 그리 다녀서인지 추위에는 많이 무디다. 대학을 가면 뭘 입고 다니지, 하는 소소한 고민거리가 있다.
아이들이 사라진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그거 들었어? 왜, 이번에 사라진 애 말이야. 뒷자리 여학생의 목소리가 어깨너머로 내리꽂혔다. 아니나 다를까 주제는 한창 뜨거운 감자인 실종 사건이었다. 전교생 250여 명, 유명세에 비하면 작디작은 규모의 학교에서 일어난 연이은 실종 사건은 제아무리 소문에 관심이 없는 희원이래도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책장을 넘기는 사르락 소리가 소곤소곤 떠드는 목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희원은 피곤한 듯 눈두덩을 꾹꾹 눌렀다. 이 애들은, 책장을 덮으며 생각했다. 이 애들은 자기네들의 말투가 무대 밖의 관객 같다는 걸 알고 있을까? 그 태도 아래에 깔려 있는 것은 자신은 사건과 관련이 없을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었다. 자신이 위험해질 가능성은 경시해버리는 낙관론. 그건 인간이라면 당연한 습성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희원은 턱을 괴었다. 첫 번째 실종자인 임하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번에 사라진 학생도 그녀와 같은 문예부라고 하더라. 딱히 말을 나눠보진 않았지만 오며 가며 마주친 이였다. 아마도 친구일 거라 생각되는 여학생과 필담을 나누는 임하나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곤 했다. 수화를 하지는 않나 해서. 곧 수화를 아는 상대가 없다면 그녀가 수화를 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걸 깨달았지만 먼저 말을 걸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러다 4월 13일에 그녀가 사라졌다. 얼마 뒤에는 또 다른 여학생이 사라졌고. 그렇게 사라진 이가 다섯이나 되는데 사건 조사는 말도 안 되게 빨리 끝났다. 희원은 조심스레 사라진 학생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가정에 무게를 실었다. 희원이 다시 책을 펼쳤을 때, 뒷자리의 여학생은 범인이 학교 내부의 사람일 거라며 속닥이고 있었다.
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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